[05/06] 용평 (05/11/26) - 불현듯 다가온 시즌
05/06 시즌은 11월 16일에 벌써 시작되었습니다.
10월에 강원도에 첫눈이 내리고, 11월 초에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가 약 1주일 가량 지속된 날씨가 빠른 시즌개장에 한 몫을 했습니다. 더우기 용평과 휘닉스파크의 최초 시즌개장 경쟁은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설레이고 재미있는 기다림을 부추기는 일이었습니다. 용평은 지난 시즌에 휘닉스파크에게 뒤졌던 것이 자존심이 상한듯이 제설장비도 보강하고 집중적인 제설을 통해 깜짝쇼를 하듯이 개장을 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지난 시즌말에 부상을 당하고 저의 짧은 보드인생이지만 큰 슬럼프에 빠졌었습니다. 물론, 제가 그 전에도 심하게 다치긴 하였지만, 남에 의해서 부상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고, 바쁘다는 핑계로 인라인등 운동을 제대로 못하니 점점 사람이 게을러 지고 무기력해 지더군요. 게다가 30대 중반을 넘어 40에 가까운 나이로 접어드는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 대해서도 중압감이 들기까지 하더군요. 그래도, 사진이라는 새로운 취미로 이런 슬럼프를 극복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에는 스키나 (심각한 스키어 분들에게 욕먹을 소리이지만) 배워볼까도 생각하고, 국내의 전 리조트들을 돌아다니며 직접 대동설지도(大東雪地圖)(?)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용평리조트에서 이벤트를 하며 거의 헐값에 시즌권을 살 수 있어서 결국에는 또다시 용평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동설지도 프로젝트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
시즌권을 끊어 놓고 11월 초에 2주간의 출장을 다녀오니 벌써 개장을 한다고 하더군요.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장비도 거의 내 팽개쳐 버리다 시피 하였는데... 다행이 다른 일이 있어서 개장 첫 주는 2005 SIWINTER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 그래도, 거기가서 SWIX 스키폴을 당첨 받아 왔습니다. 이참에 스키나 배워볼까요? ^^;
금요일 저녁에 거의 8개월 동안 방치해온 장비를 꺼내 보았습니다. 에지에 녹도 슬고 엉망이더군요. 장비에 대해서 미안한 생각도 들더군요. 암튼, 이리저리 닦아내고 왁싱하고, 여기저기 숨겨 두었던 장비들을 찾아냈습니다. 하나 둘 씩 손 때 묻은 장비들을 찾아내며 겨울을 향한 마음도 하나 둘 씩 살아나는 듯 했습니다. 평소에 갖고 다니는 물건들이 많아서 이참에 출정전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1. 보드-데크, 바인딩, 부츠
- 상태를 확인하고 사전에 왁싱 혹은 정비
2. 옷가지 - 보드복, 장갑, 양말, 비니, 속옷, 버프
3. 보호대 - 헬멧, 엉덩이, 무릎, 상체
4. 고글 - 주간용, 야간용, 헬멧키트
5. 시즌권, 보드락, 드라이버키트
6. 차량점검 - 스노우체인, 스노우타이어, 연료, 교통카드, 네비게이션
7. 핸드폰, 무전기 - 밧데리충전
8. 세면도구, 선크림, 찹스틱, 콘택트렌즈
9. 카메라 - 밧데리 충전, 메모리 확인, 충전기
(뭐가 빠졌을까..)
허둥지둥 시즌 첫 출정 준비를 마치고, 토요일 새벽 용평으로 떠났습니다. 아침에 안개가 짙개 끼어있어서 좀 위험했습니다. 그래도, 길은 안막히고 좋았습니다. 머리에 스키/보드를 이고 가는 차량들을 만나면 괜히 반가운 느낌도 들고, 오랜만에 장거리 주행을 하니 드라이빙을 즐기는 맛도 있습니다. 코너에서는 Out-In-Out, Slow In - Fast Out 주법에, 언덕에서는 더블클러치로 쉬프트 다운으로 가속하여 추월도 해보고.. 매뉴얼 차량이 이래서 좀 재미가 있습니다.
북대전에서 횡계까지 10,500원. 켁.. 예전에는 7천원 대에도 타고 다녔었는데.. 또한, 기름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눈에 눈이 먼 사람은 언제나 찾는 용평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은 횡계IC를 나와서 우회전만 해서 신호등이 거의 없는데, 청록원 삼거리 가기전에 신호등이 하나 생겼습니다. 용평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길을 막아서는 복병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물사발에 띄워진 버드나무 잎이라고 생각해야 겠습니다. ^^;
용평에 도착하자마자 시즌권을 찾으러 갔습니다. 작년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혼줄이 났는데, 올해도 마찬가지 이더군요. 왜 미리미리 사전 제작을 안해 놓는지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이미로 나누어준 리프트권을 들고 슬로프로 향했습니다.
옐로우, 핑크, 뉴레드, 그린 슬로프가 열었습니다. 레드리프트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옐로우-그린-드래곤프라자 간의 연결 슬로프도 제설이 이루어 져있었습니다. 11월에 그 큰 메가그린 슬로프를 연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 였습니다. 그동안 날이 따뜻해서 눈은 약간 녹아있었습니다. 팥빙수 눈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즐겁기 그지 없습니다. 조심조심 몸풀기로 몇번 타 주었습니다. 오후에 뉴레드에는 모글들이 많아졌고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눈도 많이 녹았습니다.
야간에는 녹았던 눈이 얼어서 약간의 아이스반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상황은 별로 안좋아 졌습니다. 시즌 초에 비맞으면서 까지 무리하기는 싫어서 일찍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일요일 오전에는 전날 내린 비의 여파로 상태가 별로 안좋았습니다. 조금씩 흙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주에는 날이 추워진다는데 보강제설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8개월이상을 기다려온 눈의 허기는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그동안 운동을 계속하지 못하고 더우기 살이 쪄서 몸이 버거워 지려 합니다. 올 겨울 시즌을 계기로 운동을 좀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K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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